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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살아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

까뉴 2024. 1. 1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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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밀리의 서재

 

 같이 클라이밍을 하는 형한테서 추천을 받은 책인데, 책을 읽자마자 왜 오가와 이토를 좋아하게 됐는지 알게 되었다.

 

 도입부에서의 눈이 보이지 않는 토와의 천진난만한 시점에서 묘사되는 토와의 집과 정원의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섬세하다. 눈이 아니라 코와 귀 그리고 손을 통해 세상을 느끼는 것을 보여주는데, 색이나 빛을 냄새로 상상하고 식물이나 새와 대화하며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이야기를 상상한다. 토와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집 안에서만 살아가는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함을 느끼는 걸 독자로 하여금 알게 해준다.

 

 자상해 보이는 엄마의 행동의 근원이 딸에 대한 사랑이 아닌 집착인 것을 알게 되고 소설의 분위기가 급변한다. 매주 수요일마다 생필품을 주러 찾아오는 아빠를 마주치지 않게 만들었고, 일하러 집에 나갈 때마다 수면제를 먹였다. 그러던 어느날 매일 아침 일을 끝내고 팬케이크를 구워주던 엄마가 더 이상 찾아오질 않게 되었고 토와는 계속해서 혼자 집을 지키게 된다.

 

 엄마의 집착으로 인해 혼자서 행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토와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어, 그저 수요일마다 오는 아버지가 주는 음식에만 의지하며 씻지도 않고 몇 년을 보내게 된다. 혼자서 밖을 나가지 말라는 약속, 아빠를 만나지 말라는 약속을 지키며 엄마의 방문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말이다... 점점 줄어드는 식량, 씻지 않은 몸, 계속해서 생산되는 쓰레기들이 쌓여갈수록 이전 토와가 느끼던 세상의 아름다운 색과 빛이 사라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껴지는데 이 부분에서 토와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워서 카페에서 울컥했다.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 감정을 추스렸다.

 

 지진으로 인해 세상 밖으로 나오고, 단순히 행방불명된 줄 알았던 엄마의 진실을 알게 되고, 안내견을 입양하고, 연애를 해보고, 친구를 만들면서 점점 세상을 알게 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나였으면 엄마의 진실 혹은 이용당하던 연애를 깨닫게 되면서 분노하거나 좌절했을텐데 토와는 그들을 용서한다.

 

 토와의 삶은 눈이 보이는 사람들의 삶과는 다르지만, 토와가 느끼는 세상은 더욱 풍부하고 아름답다. 사계절을 알려주는 정원의 향기, 아침을 알려주는 새들의 목소리... 그녀는 자신의 장애를 원망하지 않으며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느낀다.

 

  그녀에게 있어서 토와의 정원은 아픔과 행복이 공존하는 장소이지만 결국 자신의 안식처이자 행복을 되찾는 장소가 되었고,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이 책은 상처의 치유에 관련한 작가의 소망을 작성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큰 어려움에 부닥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상처는 언젠가 치유되고, 회복된다. 차분하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명력을 가꾸어낸다면 토와처럼 스스로 아물어가고 삶이 축복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게 어두운 심연 속에 잠기더라도 말이다. 투명한 빛과 작디작은 기쁨을 찾아내어 마음의 온도를 높이던 토와처럼, 가늘게 반짝이는 삶과 보잘것없이 느껴지는 소소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지금 이 시기가 군대 이후로 방황을 많이 하는 시기인 거 같다.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하는지, 어떻게 삶을 대해야할지, 내 이전의 삶의 태도가 과연 정답이었는지... 이전에는 확고했던 내 사고가 흔들린 일이 있었고 몇개월간 방황을 했던 거 같다. 힘든 시기일 때마다 정신없이 책을 탐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시기일 때 내가 내적으로 성장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지난 몇년간 너무 행복했었기 때문에 내 내적인 성장을 소홀히 하고 사고를 가뒀다. 내 인생의 흐름에 있어서 지금 이 시기가 토와가 지진으로 인해 자신의 안식처에서 벗어나 세상을 직시하게 된 시기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느낌을 읽으면서 계속 받았다.

 

 이 시기가 설국에서 묘사된 눈의 성질처럼 눈의 시리도록 차가움과 고요, 고독을 품고있으며 미래의 죽음이라고 느꼈고, 솔직하게 많이 힘들었다. 토와의 정원을 보면서 느낀건 참을 수 없던 존재의 가벼움의 주인공 토마시처럼 이전 정답이라 생각했던 삶에서 벗어나 정말 내게 맞는 삶이 무엇인지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시는 가벼움에서 무거움을 찾아갔다면 나는 가벼움이 무엇인지 느껴보고 싶다. 내가 직접 나를 옥죄고 있는 관념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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